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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노무현 시대의 좌절 :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비판적 진단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 엮음 저|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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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명 창비
발행일 2008년 12월 08일
페이지/규격 272 쪽|148/210mm
ISBN 9788936485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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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2002년말 '노사모'로 집약되는 시민사회의 열풍을 업고 집권한 노무현 정부는 탄핵사태, 대연정 제안, 한미 FTA 타결 등으로 집권기간 내내 뜨거운 논란 한가운데 있었다. 이 책은 찬란한 촛불집회로 표출된 시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노무현시대의 구체적인 정책들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보고 있다.

이 책은 비판적ㆍ개방적 지역주의에 입각하여 한반도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사회경제모델을 함께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인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제1장에서 저자들은 노무현정부를 역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세 가지 기준을 세웠다. 첫째, 시대적 과제의 인식, 대외정세 파악, 셋째, 주체적 역량이다.

총 1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들은 노무현정부가 '실패'했다고 단정짓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저자들은 정권의 책임이 중하되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실력 부족을 감안해야 하며, 중요한 정책의제들이 제기되었지만 새로운 미래의 비전을 구성하기 위해 '실패'라는 평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책머리에 |이일영.전병유

제1장 노무현정부 평가:예견된 실패? |조형제.김양희
제2장 잘못된 정치전략과 지지기반의 와해 |이남주
제3장 동북아정책,정세의 과소평가와 역량의 과대평가 |김양희
제4장 모순 덩어리,'통일.외교.안보정책' |구갑우
제5장 성장전략의 부재와 미숙한 분재전략|전병유
제6장 적극적 복지정책,그러나 실패한 지지동원 |양재진
제7장 노동정책,사회통합을 위한 노동개혁의 실종 |박태주
제8장 비정규직정책,안일한 인식과 무력한 대응 |은수미
제9장 주택정책,집값 안정은 시시포스 신화인가 |정준호
제10장 지역정책,창대한 시작과 초라한 결실 |정건화
제11장 과학기술정책,성장론에 포획된 국가혁신체제 |김석현
제12장 교육정책,민주적 공공성 확보의 실패 |장수명
제13장 노무현시대를 넘어:'새로운 진보'의 제도 구상 |이일영

참고문헌

‘노사모’로 집약되는 시민사회의 열풍을 업고 집권한 노무현정부는 탄핵사태, 대연정 제안, 한미FTA 타결 등의 논쟁 한가운데 있었지만, 개혁과 진보를 염원하는 대중의 열망을 한국사회에 착근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는 단지 정권 담당자만의 책임을 넘어선 범 진보개혁진영의 실패이기도 하다고 필자들은 주장한다. 이명박정부의 낮은 지지율에도 전혀 올라가지 않고 있는 진보진영의 지지율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책은 찬란한 촛불집회로 표출된 시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노무현시대의 구체적인 정책들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보고 있다.

실패한 노무현정부와 진보개혁세력
노무현정부는 권위주의 타파, 정경유착 근절, 인위적 경기부양 자제처럼 긍정적 평가를 받는 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실패했다고 여겨진다. 노무현정부에 대한 기존 평가는 신자유주의 노선을 채택함으로써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념적 판단에 머물렀다. 노무현정부 출신 인사들은 보수언론의 왜곡 때문에 실패했다는 자기변명에 매달리기도 했다. 이에 비해 이 책의 필자들은 우선 성장과 복지의 동시 충족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대외정세에 대한 대응, 정권의 주체적 역량을 구체적 준거로 하여 차분한 분석을 시도한다(조형제·김양희 제1장).
노무현정부는 집권초 국정목표를 성장과 복지의 동시실현으로 내걸었으나 둘은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했다. 또한 세계체계 내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중견국가’적 위상을 감안한 대외정책을 꾸려야 했음에도 ‘지나친 의욕’과 ‘외교적 수모’를 반복했다.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세웠으나 이라크파병을 단행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은 자수성가형 리더십에 함몰돼 의견수렴에 인색했고 선거과정에서 급조된 참모진은 조급한 업적주의에 머물렀다. 이들을 뒷받침해줄 범 진보개혁세력 또한 별다른 정책적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장위주의 한미FTA 타결을 일방적으로 추진했고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 규제완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등의 일관성없는 정책은 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피로와 거부감으로 이어졌다. 결국 노무현정부뿐 아니라 범 진보개혁세력도 모두 실패했다고 필자들은 평가한다.

잘못된 정치전략과 모순 덩어리의 외교·남북정책들
노무현정부는 중도·보수적 유권자까지 지지기반을 넓히는 ‘트라이앵귤레이션’(triangulation) 정치전략을 시도했다. 그러나 당정분리, 한미FTA의 일방적 체결에서 드러나듯이 진보개혁세력을 주변화·균열화시킴으로써 지지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렸고 결국 산토끼를 잡기는커녕 집토끼만 잃는 총체적 지지기반의 붕괴를 경험해야 했다(이남주 제2장).
노무현시대의 대표 외교정책인 ‘동북아시대구상’은 유럽연합을 모델로 했으나 이는 유럽과 다른 역사적 환경을 고려치 않은 모방에 불과했다. 특히 동북아를 둘러싼 냉혹한 국제현실을 과소평가한 반면 한국의 역량은 과대평가했다. 또한 협력범위를 ‘동북아’에 한정할지 아니면 ‘동아시아’로 넓힐 것인지, 경제와 정치외교의 협력수단 중 어느것에 중점을 둘 것인지가 정립되지 못한 채 오락가락했다(김양희 제3장).
김대중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은 남북정책은 군사적 신뢰구축까지 진일보하지 못했다.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미명하에 군비증강을 선택했으며 동북아론과 한미동맹, 한미동맹과 자주국방, 공동안보와 자주국방이라는 모순 덩어리의 정책들을 남발했다(구갑우 제4장).

변함없는 수출중심의 성장기조와 적극적 분배·복지정책 그리고 실패한 노동개혁
노무현시대에 한국경제는 낮은 성장률, 성장잠재력 약화와 사회양극화 심화라는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시대변화에 따라 수출중심에서 내수확대의 전략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노무현정부는 내수신장을 천명했으나 실질적인 내수진작용 정책들은 부재했으며 오히려 수출기업에 유리한 저금리·환율방어 정책을 시행했다. 결국 한국경제는 국내의 경기부진과 수출과 내수 사이의 양극화현상, 금융버블의 문제로 고통을 겪었다(전병유 제5장).
필자는 노무현정부를 ‘복지 프렌들리’ 정권이라 정의하며 분배·복지정책만큼은 높이 평가한다. 사회보험적용률을 높이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도 대폭 늘렸으며 장기노인요양보험, 기초노령연금 도입 등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했다. 또한 ‘보조’의 차원을 넘어 사회투자적 전략에 입각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그 결과 근로장려세제, 아동발달 지원계좌, 희망스타트 등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다수 도입됐다. 그럼에도 노무현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높아지지 않는 기현상이 발생했는데 이 원인을 필자는 임기말에 이르러서야 제시된 뒤늦은 비전2030과 대국민 홍보부족에서 찾는다(양재진 제6장).
노무현정부의 노동정책은 사회통합을 기치로 내세웠으나 종내는 비정규직 문제의 심화, 노동임금의 양극화, 근로빈민(워킹푸어)의 증가처럼 노동의 위기로 귀결되고 말았다. 노정갈등의 격화와 사회적 대화가 파탄난 상황에서도 개혁조급증에 휩싸인 나머지 나홀로 개혁을 추진하다가 결국에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기능에만 의존하게 돼버렸다. 필자는 유럽식 사회시장경제의 도입과 기업별노조의 산별노조체제 재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박태주 제7장).

때늦은 부동산정책과 ‘신개발주의’적 지역정책
노무현시대 내내 폭등한 땅값과 집값은 가장 실패한 정책으로 지목되곤 한다. 그러나 조세형평성과 시장투명성을 제고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기반을 닦는 데 노무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기여한 면이 있다. 다만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감독과 규제 강화정책이 부동산가격이 이미 폭등한 후에야 시행됐고 이 또한 조세·건설정책과 긴밀히 병행됐어야 실질적 효과를 낳을 수 있었음을 필자는 지적한다(정준호 제9장).
지역정책에서 노무현정부는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소득분배 개선과 사회통합의 증대가 효율성과 국가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하고자 한 의도였다. 그러나 지역차원의 풀뿌리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시행된 정책은 오히려 지역내 토호의 발흥과 성장연합의 강화를 낳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개발 열풍으로 땅값은 폭등했고 토목·건설사업의 소음과 먼지가 전국을 휘감았다. 지역구성원의 참여와 세밀한 중장기적 유인체계 설계를 통한 지자체의 내생적 발전경로를 포기한 채 노무현정부는 결국 ‘신개발전략’으로 회기해버렸다고 필자는 비판한다(정건화 제10장).

성장론에 포획된 국가혁신체제와 ‘민주적 공공성’ 확립에 실패한 교육정책
앞서가는 일본과 따라오는 중국에 끼인 이른바 쌘드위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기술의 발전은 노무현정부의 핵심과제였다. 따라서 과학기술보좌관직 신설과 과학기술부 장관의 부총리 승격, 정책콘텐츠의 구체화처럼 과학기술중심의 사회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노무현정부는 과학기술개발이 상업화되면 이를 다시 기술개발에 재투자되는 식의 순환구조를 이루고자 했다. 특히 연구개발사업에 10조원가량을 투여는 SCI논문 게재순위, 국내특허 출원순위, 기술수출액, 세계일류상품수 증가 같은 가시적 성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후보시절 7퍼센트 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노무현정부는 낮은 성장률에 조급하다보니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학과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에는 소홀했다. 국가출연연구소와 대기업 투자에만 집중했고 결국 눈앞의 성장에 국가혁신체제가 포획돼버린 꼴이었다(김석현 제11장).
교육부문에 있어서, 노무현정부는 시장 의존적 교육개혁을 극복함과 동시에 과거 ‘권위적 공공성’을 ‘민주적 공공성’으로 전환하려 했다. 이를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 교육복지확대와 대학 균형발전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도출에 실패했고 사교육문제를 되레 방과후 학교에 학원강사를 초빙하는 것 같은 대체 사교육으로 해결하려 했고 결국 사교육 의존성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처럼 양질의 공공고등교육체제 확립의 실패는 국민적 지지확보의 실패로 이어졌다(장수명 제12장).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모색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 때리기’만으로 진보의 정체성을 구체화하기는 어렵다. 지금 진보개혁진영 앞에는 세계화와 분단체제의 동요라는 환경에서 작동가능한 비전과 노선을 바탕으로 폭넓은 연합을 구축해야 할 정치적 과제가 놓여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현실에 부적합한 일국주의적·계급주의적 전망을 넘어선, 지역과 민족국가 그리고 국민국가를 뛰어넘는 좀더 넓은 지역을 포괄하는 ‘복합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특히 ‘중도’적 경제조직과 제도를 미시적 기초로 하는, 다시 말해 시장과 기업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다양한 혼합형 조직들이 함께 공존하는 ‘한반도경제’를 주창한다.
이를 위해 남한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협동조합 같은 혼합형 조직체와 사회적 기업의 비중을 높여가야 하며, 북한은 시장친화적 기업형 조직체를 늘려야 한다. 이처럼 남북한의 총체적 경제개혁과 통합을 지향하는 한반도경제론을 진보의 새로운 경제체제로서 필자는 명명한다. 물론 이런 방향제시가 유일한 해법이라 단정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진보의 길은 복수일 수 있으므로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한반도경제론 같은 다양한 실험과 모색을 지속해야 한다고 필자는 역설한다(이일영 제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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