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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사] 누운 배 : 이혁진 장편소설
이혁진 저|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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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명 한겨레출판사
발행일 2016년 07월 14일
페이지/규격 342 쪽|150/210mm/468g
ISBN 97889843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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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누운 배』. 총 232편의 경쟁작 가운데 아홉 명의 심사위원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선택된 작품으로 사회 소설인 동시에 기업 소설이다. 이야기는 중국의 한국 조선소에서 진수식이 끝난 배가 갑자기 쓰러지며 시작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소설에서 멀쩡히 서 있던 배는 왜 쓰러졌는지, 그 ‘왜’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저 배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말할 뿐이다.

주인공 문 대리는 ‘배가 쓰러졌으니 어서 회사로 돌아오라’는 오 팀장의 전화를 받는다. 선가 피해액을 보상받기 위한 보험팀이 꾸려지고, 해상 사고 전문가인 홍 소장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온다. 그리고 배가 진짜 쓰러진 이유야 어떻든 문서와 협의와 회사 간의 이익에 의해, 무엇보다 힘에 의해서, 배는 천재지변이란 단어로 정리되어 문서 위에서 최종적으로 쓰러진다.

보험팀의 모든 성과는 실무자들이 아닌 정 이사와 양 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이 나눠 갖는다. 그러나 보험사에서는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회사는 어려워진다. 사장이 바뀌고, 새로운 사장이 회사를 바꿔보려 하지만, 조 상무를 비롯한 회장의 사람들에게 가로막힌다. 모든 상황이 점점 나쁘게 굴러가고 결국, 배를 일으켜 세워야지만 회사가 다시 돌아가고 월급이 나오고 승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정해야 하는 때가 오고야 마는데…….

저자 : 이혁진

저자 이혁진은 1980년에 태어났다. 경북 안동에서 자랐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 장편소설 《누운 배》로 제21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1부
2부
작가의 말
추천의 말

“21주년, 한겨레문학상의 선택”
이혁진 작 《누운 배》

“그 배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진수식을 마친 배가 누웠다.
그 배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제21회 한겨레문학상의 선택, 이혁진 작 《누운 배》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장강명의 《표백》, 정아은의 《모던 하트》 등 한국 문학의 독보적인 한 축을 담당하며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한겨레문학상이 2016년인 올해도 어김없이 스물한 번째 수상작을 냈다. 총 232편의 경쟁작 중 아홉 명의 심사위원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선택된 작품은 바로 이혁진 작가의 장편소설 《누운 배》다.
《누운 배》는 중국의 한국 조선소에서 진수식이 끝난 배가 갑자기 쓰러지며 시작한다. ‘배가 눕는다’는 압도적인 상징으로 다른 후보작들과의 차이를 만든다. 그건 어떤 이미지나 문체가 가진 미적인 차이가 아니다. 그저 ‘사실’의 차이이며 ‘사실의 언어’의 차이다. ‘누운 배’가 상징하며 이야기하는 거대한 사실은, 누워버렸고 방치되어 우리의 눈 밖에 있는 우리의 손과 발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어떤 사실을 자꾸만 떠올리게 한다. 심사를 맡은 황현산 평론가의 추천의 말 서두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내려앉고 세월호가 침몰하였다”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건 아마 그 사실이 가진 힘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운 배》는 소설은 미적인 것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사실적인 것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운 배》가 단지 ‘사실을 다루기만 한’ 흔한 리얼리즘 계열의 소설인 것은 아니?. 이 소설이 가진 디테일의 정확함과 정교함은 단지 리얼리즘 소설이라고만 부르기에는 뭔가 아깝다. 《누운 배》는 앞선 어떤 리얼리즘 소설보다 차갑고, 단단하며, 무겁다. 소설가 김별아는 “새로운 시대의 리얼리즘이 비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평했고, 평론가 정홍수는 “사실의 자리에서 인간 진실에 대한 끈질긴 열정과 상상을 읽었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다른 소설과의 차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누운 배》의 세상이 그려내는 풍경은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 장막을 벗겨내고, 우리가 애써 외면해왔던 무서운 진실을 코앞으로 들이밀어 그 진실에서 풍겨 나오는 지독한 냄새를 맡게 한다. 이야기가 진행되고 진실이 축적되며 이윽고 누운 배가 일으켜 세워지는 장면에 도달했을 때, 소설은 최근의 한국 소설에서 보기 힘든 어떤 거대한 광경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그 장관을 바라보며 압도당한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의 한국을, 관료주의와 계급구조의 모순이 가득한 한국 사회가 가진 부조리를 떠올리고야 만다. 소설가 백민석은 이런 사실의 축적이 “일그러진 진실”을 드러내고 “우리 인생이 누운 배와 같다는, 우리 사회가 누운 배와 다름없다”는 보편성을 획득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보편성을 마주한 채 묻지 않을 수 없다. 누운 배는 어떻게 되었을까? 누운 채 방치된 무수히 많은 진실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배가 누웠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간다.
: 기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주인공 문 대리는 ‘배가 쓰러졌으니 어서 회사로 돌아오라’는 오 팀장의 전화를 받는다. 멀쩡히 서 있던 배는 왜 쓰러졌을까? 하지만 소설은 ‘왜’에 집중하지 않는다. 배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말할 뿐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누구도 책임을 지고 말하지 않는 진실을 비켜 이야기는 거대한 배처럼 의심을 뚫고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 선가 피해액을 보상받기 위한 보험팀이 꾸려지고, 해상 사고 전문가인 홍 소장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온다. 그리고? 배가 진짜 쓰러진 이유야 어떻든 문서와 협의와 회사 간의 이익에 의해, 무엇보다 힘에 의해서, 배는 천재지변이란 단어로 정리되어 문서 위에서 최종적으로 쓰러진다.

누운 배 한 척이 그렇게 됐듯 사실이라는 것은, 참이나 거짓이라는 것은 힘으로 쥐고 흔들 수 있었다. 세상은 성기고 흐릿한 실체였다. 그것을 움켜쥔 힘만이 억세고 선명했다. 힘은 우스운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우스운 것도 우습지 않게 만드는 것이 힘이었다.

배가 쓰러졌지만 변하는 건 없다. 아마 쓰러지지 않았어도 변하는 건 없었을지 모른다. 원칙을 뭉개고 규칙을 악용하며 회사는 돌아가고, 소설 속 인물들은 월급을 받아가며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저 윗자리로 올라가려 아등바등한다. 보험팀의 모든 성과는 실무자들이 아닌 정 이사와 양 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이 나눠 갖는다.

“회장님이 배를 일으켜 세우실 거라던데?”

술자리에서 들었다는, 출처도 없이 떠도는 이야기는 새해 시무식에서 회장의 입을 통해 진짜가 된다. 하지만 그 일을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책임을 온전히 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험사에서는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회사는 어려워진다. 사장이 바뀌고, 새로운 사장인 황 사장이 와서 회사를 바꿔보려 하지만, 조 상무를 비롯한 회장의 사람들에게 가로막힌다. 모든 상황이 점점 나쁘게 굴러간다. 그리고 결국, 배를 일으켜 세워야지만 회사가 다시 돌아가고 월급이 나오고 승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정해야 하는 때가 오고야 만다.

어쩌면 저 배가 회사의 유일한 희망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누운 배가 모두의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괴상하지 않은가? 누운 배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애쓰는 장면들은 부조리극의 한 부분처럼 아무 희망도 보람도 느낄 수 없다. 매일 굴러떨어지는 시시포스의 바위 같다. 누워버린 채 몇 년이나 방치된 배가 희망이라면 애초에 희망 따윈 없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희망은 없을까? 다른 진실은 하나도 없던 걸까? 어쩌면 그 희망과 진실을 찾는 건 소설을 읽는 우리의 몫일지도 모른다.

“회사 좋아하세요?”
: 우리는 무엇을 위해 노동하는가


《누운 배》는 사회 소설인 동시에 기업 소설이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회사 생활 다 그런 거 아이겠나?”라는 말로 대변되는 문 대리, 오 팀장, 정 이사, 양 이사, 조 상무, 황 사장 등의 말과 행동에서 우리는 쉽게 우리가 몸담은 회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소설은 치밀하게 직조하고 치열하게 밀어붙여 소설 속 회사를 현실의 회사 위로 일으켜 세운다. 그렇기에 우리는 소설 곳곳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쉽게 발견하고, 과거에 했거나 지금 하고 있거나 미래에 할지도 모를 행동을 대신하는 인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부인하든 부인하지 않든, 소설 속의 그 무수한 모습들은 모두 우리의 모습이다.
오늘도 우리는 의자에 궁둥이를 붙인 채 새로 온 직원을 환영하고, 떠나가는 직원을 환송한다. 불의에 맞서 의롭게 나서기도 하고, 자리를 지키려 비겁하게 물러서기도 한다. 무탈하게 함께 웃고 떠들고 일하며, 어느 날은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언제 그랬냐는 듯 술잔을 부딪치며 풀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게 다일까? 사실 우리는 칸막이 너머 동료 직원의 배가 누웠건, 같이 점심을 먹은 다른 동료의 배가 누웠건, 어떤 사람의 배가 누웠건 아랑곳하지 않고 회사에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아니, 혹여 내 배가 누웠다고 해도 그 모습을 보지 않으려 애쓰며 회사 사람으로 살아간다. 그게 회사 생활이라면 우린 잘 살고 있다.
월급을 받는 달이 많으면 많을수록 젊음을 잃고 나이 들어간다는 걸 알면서도, 가능성과 원기를 잃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 주인공 문 대리 또한 회사 내부의 모순과 불합리한 권력 구조 앞에 절망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남을 수밖에 없다.

내년이면 서른하나였다. 다시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였다. 우선은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버티고 견뎌서 대리, 과장이 돼 이직이라도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 현명한 선택이었다.

우리는 남아 늙고 쭈그러드는, 희미하게 옅어지고 사라지는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이 그렇고, 우리 대부분은 그 대부분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 외에, 말단 직원으로서 상사의 지시에 잘 따르고 열심히 일하는 것 외에,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온갖 부조리한 일들을 보고 끊임없이 회의를 느끼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것이 좌초된 진실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문 대리의 고민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런 고민 속에서 문 대리의 생각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스스로에게 무모하고 무책임한 곳으로 나아간다. 그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

배를 끌어 올릴 때 그랬듯, 운명에 맡겨야 할 것은 운명에 맡겨야 했다. 내가 해야 할 것은 내가 하고, 나머지는 담대하게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은 우리를 기다리는 게 고작 “내가 뭐라고 그 자리까지 올라가면 다르겠어? 다르게 살지 않으면 다 똑같아지는 거야. 몰라, 아직 다 안 살아봤으니. 하지만 정말 그럴 것 같아. 다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밖에 없는 걸까? 그게 우리의 미래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해야만 한다.

“회사 좋아하세요?”

그 질문을 마주하며 우리는 비로소 소설의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누워 있는 배를 가만히 바라보게 된다. 누운 건 정말 배였을까. 누운 건 내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너무 오래 누워 있는 건 아닐까.

* 책속으로 추가 *
난 조 상무가 너무 싫지만 실은 나랑 비슷한 점이 있다고 봐. 그렇게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고 또 인정받고 싶어 하고. 그러니까 더 싫어하고 욕하고, 그런 마음이 드는 거지. 사실 마음속으로는 그 사람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란 생각이 안 들어. 내가 좋아하지도, 잘할 생각도 없는 일을 그 나이 될 때까지, 또 자기랑 똑같은 윗사람에게 시달리면서 하다 보면 나도 조 상무처럼 될 수밖에 없을 거야. 문제는 너무 고생하면서 일을 한다는 거야. 그 고생을 했으니 나중에 위에 올라가서도 밑에 있는 사람들 고생이 고생처럼 보이지도 않는 거지. 군대에서도 그렇잖아. 별것도 아닌데 체육복 위에 깔깔이 입고 돌아다니는 병장들 보면 대단해 보이고 병장 되자마자 그것부터 하고. 밑에서 개고생해봤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까라면 까, 그러고. 다 똑같은 사람인 거야. 내가 뭐라고 그 자리까지 올라가면 다르겠어? 다르게 살지 않으면 다 똑같아지는 거야. 몰라, 아직 다 안 살아봤으니. 하지만 정말 그럴 것 같아. (305쪽)

그렇게 죽기는 싫었다. 적어도 나는, 정말 그렇게 죽기 싫었다. 말도 안 되는 인간들 뒤치다꺼리나 하면서, 그런 것이 회사 생활이라고 스스로 강박하고 세뇌하면서 일생을 보내다 늙고 병든 닭이 돼 죽기는 싫었다. 그렇게 살기에 나는 아직 젊었고 내게 남은 인생은 너무 길었다.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젊음이라는 것을 회사 안에서만 놓고 보자면, 내다 팔 수밖에 없는 것으로만 보자면 결국 아무 답도 찾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허무했다. 하지만 젊음은 내 위에 앉아 있는 임원들의 것도, 회사의 것도, 월급이나 연금에 저당 잡힌 것도 아니었다. 내 젊음이었고 아무것도 가진 것 ?는 내게 있는, 또 모든 사람에게 있는 유일한 대지였다. (…) 나는 내 젊음을 되찾아야 했다.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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